신행

분명히 별로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이 미친듯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이러다가는 정말 이 봄을 기억할 수는 있을까? 하는 위기의식 혹은 언제나 그렇듯이 수집병-_- 같은 것이 도져서

약 한 달 전부터 사진을 올려놔야 한다고 나를 압박한 끝에 드디어 손을 대기 시작했다.



때는 꽃이 흐드러지는 4월.

결혼식과 신혼여행과 몰아치기 이사의 압박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자..

신혼부부의 의무들이 턱을 괴고 기다리고 있다. 

다들 신혼여행 다녀와서 바로 가는 신행을 이사때문에 미뤄놓다 보니 어느새 결혼 후 한달이 훌쩍~ +_+

부랴부랴 날을 잡고.. 내려갈 차비를 한다. 

날짜 확인! 선물 점검! 한복이랑 신발도 챙기고, 짐싸기!



그리고 드디어 D-day.

어른들 일정에 맞춰서 금요일 오후에 내려가서 토요일 저녁에 올라오는 일정.

나 어릴 때 살던 바닷가 동네를 한 바퀴 돌아주는 비행기.

유부녀가 되어서 이 동네에 다시 오다니.. 뭔가 기분이 이상해..



친정(!!!!!)에서 저녁식사.

내가 "신행"간다고 하니까 신혼여행과 헷갈리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는데

신혼여행을 신행이라고 줄여 부르는건 매우 최근에 생긴 유행이고,

원래 결혼하고 시댁에 처음 가는걸 "신행(新行)"이라고 한다. 

[신행 : 신부가 혼례식을 마치고 신랑집에 가는 의식,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하여간 그래서 저녁을 먹자마자 한복 보따리를 풀어서 다림질 하느라 난리법석.

내일 아침 시댁 갈 차비를 한다.

한복 입을 일이 많지 않으니까 기회 닿을 때마다 열심히 입어주겠다!!

..해서, 신랑이 힘들게 두 보따리 낑낑 들고 내려왔다. 히히.



이어지는 우리집 통과의례.

오늘 다식은 우리 결혼식 폐백상에 올려졌던 사과 정과.



왠지 기분 좋은 투샷 :)

앞으로 계속 보게 될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약간 이상했당..



자, 이제 신행을 떠날 시간!

출발하기도 전에 준비만 했는데도 벌써 피곤한 나 =.=

너무 일찍 일어나서 그런거다;;

어른들이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불편해서 내가 밥을 잘 못먹을까봐 상도 따로 봐주셨는데

그래도 차마 시댁에서는 사진을 한 장도 못찍.. ")a

이번에도 남김없이 싹싹.. 며느리의 먹방계 신화를 남기며.. 핫핫핫



예단도 이바지도 다 생략하기로 했는데,

시댁 왔다 처음 친정가는 날이라고 과일과 떡과 문어를 트렁크 가득 채워주셨다. 

대왕문어를 신행날 아침부터 집에서 직접 삶으셨.. 

한복 갈아입으러 들른 친정집에서 문어해체식을 거행.

선물 나눠드리고 겨우 자리가 난 트렁크를 온갖 먹을 것으로 채우고도 모자라 결국 아이스박스 하나를 더 들고 돌아왔당..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깜깜한 서울에 내리는데, 결혼식날보다 더 피곤하다! 

그래도 큰 일 하나 치렀다는 뿌듯함에 보람찼던 1박2일이었다고 자평하며.. 그땐 그랬지.

이후에 더 큰 일들이 몰려오는건 까맣게 몰랐지;;;;

ㅠㅠ


to be continued..

Trackback 0 Comment 6
  1. 이냐옹 2015.05.10 12:37 address edit & del reply

    장모님의 섬세한 플레이팅이 돋보이는 정성 가득 상차림.
    미스터 스마일 형부는 입이 아주 찢어지네 ㅎㅎㅎ
    잘하고 돌아왔다니 그걸로 다행!!

    • 이작가@lemontime 2015.05.10 21:56 신고 address edit & del

      플레이팅이 중요한 스타일이시라.. ㅎㅎ
      그나저나 이건 그냥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는 것이지.. ㅠㅠ

  2. 몽지 2015.05.11 09:39 address edit & del reply

    난 지난 주말에 울산 왔다갔다는 줄 알고 배신감에 잠시 부르르.
    뒤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뭐 결혼 자체가 더 큰 일들을 불러오는 이벤트이므로.. 쿨럭.

    • 이작가@lemontime 2015.05.11 10:50 신고 address edit & del

      ㅎㅎ 아니여..
      지난 주말엔 폴 매카트니가 왔었지.. ")a

      시아버지 스케줄 맞추느라 우리엄마 대장내시경 하는 날 내려갔다는-_-;;
      이어지는 양가 집들이 이벤트랄까.. 털썩;; 다들 어떻게 한거야;;;

  3. 임은영 2015.06.11 11:52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언니, 사진들이 하나같이 정감이 넘쳐요. 신행이 신혼여행이 아니라니..! 아 글구 아버님 넘 미남이시네요 팬할래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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